땅은 은행이 가져갔는데,
상속세는 그대로 내라고 합니다

부산 더나은세무회계 김나은 세무사입니다. 국세심사위원·부산경제진흥원 전문 컨설턴트로서 상속세·증여세·가업승계·법인컨설팅을 직접 설계합니다.
강서구 대저동, 들판 사이로 작은 공장들이 이어진 동네에서 오랫동안 공장을 운영해 오신 사장님이 계셨습니다. 공장 옆에는 사장님 명의로 된 땅도 한 필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거래처 대금이 밀리면서 은행 빚이 점점 불어났고, 사장님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그 땅을 아내 명의로 옮겨두기로 하셨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명의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땅은 다시 사장님과 자녀들에게 상속됐고, 가족은 경황이 없는 가운데 상속세 신고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행이 소송을 냈습니다. 빚을 갚지 않으려고 땅을 옮긴 것이니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소송이었습니다. 소송 결과 은행이 이겼습니다. 결국 그 땅은 은행 빚을 갚는 데 쓰이게 됐습니다. 사장님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셨습니다.
"땅은 은행이 가져갔습니다. 우리 손에 남은 게 없는데, 그 땅에 매긴 상속세는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세무서의 답은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사업이 기울 때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려둘지 고민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상담실에서도 이 질문을 꾸준히 받습니다.
이 글의 장면은 실제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땅은 없어졌는데, 세금은 남았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 사장님 — "은행 소송에서 져서 땅이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아내에게 땅을 준 일 자체가 없던 일이 된 것 아닙니까?"
- 세무서 — "아내분이 돌아가실 때 그 땅은 아내분 명의였습니다. 그때 상속이 일어났고, 상속세는 그 순간을 기준으로 매깁니다."
누가 맞을까요.
이 다툼은 실제로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2020년 11월, 대법원은 세무서 손을 들어줬습니다. 은행이 소송에서 이겨 땅이 원래대로 돌아갔더라도 그 효력은 은행 빚을 갚게 하는 데까지만 미치고, 땅이 아내에게 넘어갔던 일이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이미 떠안은 상속세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땅은 잃고 세금은 남았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가장 억울한 결과입니다.
은행 소송과 세금은 따로 움직입니다
재산을 가족에게 넘기면 세금은 넘기는 그 순간을 기준으로 붙습니다. 명의를 옮기면 증여세가 나오고, 받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상속세가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은 다릅니다. 은행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옮겼다고 보면, 그 재산을 도로 끌어와 빚을 갚게 해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절차가 서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금은 명의가 넘어간 날을 보고 매겨지고, 은행 소송은 몇 년이 지나서야 끝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송 끝에 재산을 내주더라도 앞서 매겨진 세금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빚을 피하려던 선택이 재산은 재산대로, 세금은 세금대로 잃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미리 알면 피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가족 명의로 옮기기 전에, 세 가지
하나. 빚이 걱정될 때는 명의부터 옮기지 마십시오. 옮기는 순간 증여세가 붙고, 은행이 소송을 내면 재산은 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처럼 그사이 낸 세금은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 그렇다고 가족에게 재산을 주는 일이 전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빚을 다 갚고도 재산이 넉넉히 남는 형편에서 미리 계획해 주는 증여라면 은행이 문제 삼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형편에서 주느냐입니다.
셋. 이미 옮겼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증여세 신고기한 안에 재산을 되돌리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던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습니다. 다만 현금은 다릅니다. 현금은 한 번 건너가는 순간 그대로 증여가 되고, 나중에 돌려줘도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기한이 지났더라도 신고를 어떻게 정리할지 따져볼 여지는 남아 있으니, 서류를 들고 먼저 상의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 빚이 걱정될 때 가족 명의 이전은 세금부터 부릅니다
- 은행 소송으로 재산이 돌아가도 낸 세금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 이미 옮겼다면 신고기한 안에 먼저 상의하십시오
핵심 정리
- 가족에게 명의를 넘기면 그 순간을 기준으로 세금이 붙습니다.
- 은행 소송으로 재산이 되돌아가도 이미 생긴 상속세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 빚이 있을 때의 명의 이전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남편 사업이 어려운데, 집을 제 명의로 돌려두면 괜찮을까요?
빚을 피하려고 옮긴 것이라면 은행이 소송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그사이 증여세도 따로 나옵니다. 이번 사건처럼 재산과 세금을 모두 잃을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은행이 가져간 땅인데 상속세를 왜 내야 하나요?
상속세는 돌아가신 날 그 재산이 누구 명의였는지를 보고 매깁니다. 대법원은 나중에 은행 소송으로 땅이 돌아갔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미 명의를 옮겼는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옮긴 날짜와 지금 형편에 따라 달라집니다. 더나은세무회계는 이런 경우 신고기한이 남아 있는지, 되돌릴 때 세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서류로 먼저 검토합니다.
근거 자료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4두46485 판결
이 글의 사례는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장면의 세부 경위는 실제 사건과 다르며, 사안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 명의로 재산을 옮기셨거나 고민 중이신가요? 지금 형편에서 어떤 세금이 생기는지부터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