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게 없다는데
신고는 해야 하나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넉 달쯤 지나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남매 두 분이 함께였고, 손에는 등기부등본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해운대 아파트 한 채가 전부예요. 주변에서 10억 아래면 세금 안 나온다고 하던데, 그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죠?”
계산해보니 실제로 상속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고 자녀가 둘, 재산은 아파트 한 채. 적용 가능한 공제 안에서 정리되는 구조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들으신 말씀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되물었습니다. “이 집, 계속 가지고 계실 건가요?”
신고를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상속받은 부동산을 나중에 팔면 양도소득세를 냅니다. 이때 얼마에 샀느냐(취득가액)를 기준으로 차익을 계산하는데, 상속받은 집은 산 적이 없죠. 그래서 상속 시점의 평가액이 취득가액이 됩니다.
문제는 그 평가액을 누가 정하느냐입니다.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감정평가 등으로 시가를 반영해두면 그 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반면 신고를 하지 않으면 기준시가처럼 시가보다 낮은 금액이 취득가액으로 잡힐 수 있습니다.
취득가액이 낮게 잡히면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 팔 때 차익이 그만큼 크게 계산되고, 양도소득세가 늘어납니다. 당장 상속세 0원을 확인하고 넘어간 대가가 몇 년 뒤 양도세로 돌아오는 겁니다.
이 사례에서 확인한 것
- 상속세는 나오지 않는 구간이 맞았다
- 그러나 아파트를 몇 년 안에 매도할 계획이 있었다
- 신고 시 평가액을 어떻게 잡느냐가 향후 양도세를 좌우한다
- 세금 0원이어도 신고 자체는 실익이 있었다
모든 경우에 신고가 유리한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신고가 항상 이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계속 살 집이고 팔 계획이 전혀 없다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정평가를 받으면 비용이 들고, 평가액을 높이면 그만큼 상속세가 발생하는 구간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속세를 조금 내더라도 취득가액을 올려두는 게 나은지, 아니면 그냥 두는 게 나은지는 계산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남매분의 경우는 매도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신고 쪽이 맞았습니다. 다른 분이었다면 답이 달랐을 겁니다.
기한을 먼저 확인하세요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 돌아가신 날부터 6개월이 아니라 그 달 말일부터 셉니다. 3월 중에 상속이 개시되었다면 3월 31일이 기산점입니다.
이 남매분은 넉 달째에 오셨으니 두 달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감정평가를 받고 서류를 준비하기에 빠듯하지만 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달만 더 늦었다면 선택지가 줄었을 겁니다.
세금이 안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더라도, 기한이 남아 있을 때 한 번은 확인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지나간 기한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이신가요? 재산 구성과 가족관계를 보면 방향이 잡힙니다.